‘다르게 사는 사람들’은 이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차별 속 ‘틀림’으로 규정되는 이들이 ‘다름’을 외치는 책이다. 다소 무거운 이야기가 전개 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책 속의 주인공들은 꽤나 덤덤하게 이야기를 해나간다. 그렇기에 더욱 그들의 목소리가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제목처럼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르지만 분명한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회구성원이며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야할, 어울려야할 사람들이다. 이 감상에세이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의 느낀 감상을 쓴 것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그동안 보고 듣고 경험한 ‘다름’에 대한 차별을 적어나갈 기록이기도 하다.
책은 이 책의 엮은이인 ‘윤수종’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 독자들이 한번쯤 생각해보고 염두에 둬야할 ‘소수자들에 대한 정의’를 언급하고 있다. 그가 말하길, ‘소수자는 오히려 한정되지 않는 절대 다수를 이루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수자라고 해서 수적으로 적은 사람들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소수자들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다수에 속하지 않는 자들, 그래서 별난 자들이라고 생각되곤 하는데 글쓴이는 소수자들을 다수자들이 사람들을 통제하려 정한 어떤 표준화 된 인간상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표현이야말로 소수자에 대한 정의를 잘 나타내고 있는 문장이 아닐까 감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표준에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 ‘소수자가 되라’고 말한다. 그의 이런 표현들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시대를 이끌어갈 혁명가가 된 기분으로 만들었으며 기꺼이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싶게 만들었다. 나 역시 그에 대한 동의를 했으며 그의 이야기로 인해 앞으로 전개될 소수자의 이야기를 더욱 서스럼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그중에서도 ‘장애인과 장애 여성의 목소리로’의 이야기는 한참동안이나 나를 책 속에 머물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읽고 또 읽으며 내가 보고 들었던 주변의 일들을 떠올리게 했고 그 일들과 이야기를 연관시키며 읽다보니 다른 이야기들 보다 읽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이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장애인 그리고 장애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글쓴이의 이야기이다.
그녀가 겪은 최초의 폭력은 그녀가 생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족들로부터 여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축복이 아닌 여성으로 거부당했으며 그들의 걱정 어린 한숨이었다고 한다. 생리를 처음 시작한 소녀에게는 그 자체만으로도 당혹스럽고 무섭기도 한 일이었을 텐데, 의지가 되어야할 가족으로부터 장애‘여성’으로 취급받아져야했을 그녀가 당시에 얼마나 비참했을까.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들에게 가해지는 말, 행동 그리고 시선적인 폭력이 만연해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전에 장애‘여성’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지못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나 역시 살면서 차별을 경험하고 느끼고 있는데 그녀들은 얼마나 더 많은 차별 속에서 힘들었을 까.
이야기를 읽고 장애여성에 대해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한동안 내 머리를 띵하게 만들었던 글을 읽게 되었다. 바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겪은 생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녀들에게 있어서 생리는 재앙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몸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겪어야하는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시각 장애를 가진 여성이 집이 아닌 밖에서 생리를 시작하게 되면 생리대 자판기를 이용하기 어려울 뿐더러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생리임을 깨닫게 되는 수치심을 겪는다고 한다. 또한 시각장애 뿐만 아니라 휠체어를 사용해야하는 하체마비를 가진 여성들은 한 달에 일주일정도는 겪는, 게다가 하루에 몇 번이고 갈아주어야하는 생리대를 직접 처리할 수 없기에 가족들로부터 자궁척출수술을 권유받기도 한다. 같은 여성으로 이와 같은 이야기는 그동안 감히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었으며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나 처우개선이 필요하지만 장애‘여성’에 대해서는 또 다른 그들의 이야기가 전달되어져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한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생활 속에서 보고 들었던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을 즐겨하는 편인데, 외국에 나가서 본 것들이 하나같이 놀랍고 신기했지만 그 중 놀랐던 것은 길거리나 식당이나 심지어 놀이공원에도 장애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은 즉, 장애인들이 그러한 장소들을 다니는데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 된다. 사람들의 시선들로 부터나 환경적으로나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들의 휠체어가 타기 쉽도록 만들어진 저상버스에서 조차 그들을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가 아직 환경적으로도 나아지지 못한 것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은 사람들의 시선일 아닐까. 또한 평소에 맛 집 블로그를 찾아보는 것이 취미인 나는 특이한 것을 포스팅하는 블로그를 발견했다. 바로 ‘휠체어가 갈 수 있는’식당이나 카페 같은 장소를 소개하는 블로그였다. 우리들이 보통 친구들과 만났을 때 ‘어디갈래? 뭐 먹을래?’라고 물었을 때 ‘아무데나, 아무거나’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장애인들이 봤을 때 특별한 것이었다.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장애인들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시설 설치비용 이라던가 내가 모르는 수고로움이 더 있겠지만 나라에서 이에 대해 지원을 하고 필수로 설치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예전에 대구대학교 축제를 간 적이 있다. 초대 가수가 무대에 등장하고 또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나오길래 누구 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되고 그 사람은 가수가 하는 말과 노래를 수어로 통역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 수어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여럿있었다. 휴학을 한 덕택에 학교를 4년 이상 다니며 수 년동안 학교 축제를 즐겨온 나이지만 처음 보는 풍경이었고 그것이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여러명의 학생이 다니는 학교인데 그들 중 청각장애를 가진 학우가 있을 수 있으며, 학교 학생이 아니더라도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축제를 즐기러 올 수도 있는데 그들은 공연을 즐기는 것 자체가 힘들 수 있었지 않을까하는 생각들로 혼란스러웠다. 글쓴이는 장애는 환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장애인은 장애라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신체적으로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이들보다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차별을 하는, 사회의 장애를 일으키는 자들이야 말로 ‘비정상’이 아닐까.
내가 앞서 언급한 이야기들은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의 아주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 속의 이야기 역시 소수자들의 이야기 중 일부 일 뿐일 것이다. 우리들은 이제 이 책을 통해 이야기의 일부를 들었으니 본격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 소수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알게 된다면 불편함이 들 수도 있다. 그동안 그 현실을 몰랐던 자신의 무관심에 대한 불편함, 깨닫고 보면 너무나 잘 보이는 주위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인정함으로써 소수자들이 겪는 불편함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어떤 의미로, 어떤 시각에서는 소수자이다. 소수가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자신의 행복추구권을 당당히 펼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다르게 사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다. 다름은 틀림이 아님을 다시 한번 새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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