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교사양성과정 수업을 듣던 중 강사님이 장애인과 함께 수업을 진행했던 경험을 이야기 해주시며 함께 보면 좋을 영상을 몇가지 추천해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인 KBS 다큐멘터리 '너의 손이 빛나고 있어'를 보았는데요. 그 감상을 함께 나누고자 글을 씁니다.
'너의 손이 빛나고 있어'는 수어로 이야기하는 농인들이 극단 '난파'에 모여 함께 수어 뮤지컬을 연습하고, 공연을 하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입니다. 단원들은 평일에는 각자 제약회사, 영상편집회사, 카페 등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일반인 입니다. 하지만 주말이 되면 당연한 듯이 연습실에 모여 뮤지컬 연습을 합니다. 청인의 언어로 되어있는 노랫말을 수어로 바꾸고, 손가락으로 박자를 맞춰가며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이러한 작업들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는 할 수 있다' 라는 뜻을 가진 극단의 이름 '난파'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사람들 입니다.
연습실에서는 단원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청인들이 다수인 사회에서는 그때그때 자신이 느끼는 것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지만, 함께 모여있는 시간동안은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과 의견을 충분히 말할 수 있고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댄스팀 윙크루의 멤버이자 난파 10기 뮤지컬 <미세먼지>의 주인공 이혜진씨는 청인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할 때에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지만 분위기를 망칠까봐 자제를 하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댄스와 뮤지컬을 할 때의 혜진씨의 모습은 손과 몸짓으로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인지 제가 느끼기에 '후련하다' 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큐멘터리는 모든 수어에 자막이 함께 나와 청인인 제가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수어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더라면 조금 더 인물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소리를 들을 수 없거나 잘 들리지 않는 농인이 청인을 위한 콘텐츠에 수어해설이나 자막이 달린 것을 보고 '소리가 잘 들렸더라면 콘텐츠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는 자막이 있는 콘텐츠를 소리를 적게 하거나 아예 없게 하여 보면서 조금 더 농인들의 시각에서 콘텐츠를 분석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한 가지 고민 했던 것은 바로 '콘텐츠의 주제'입니다. 다큐멘터리 안에서 김지연 연출자가 "농인 뮤지컬 이라고 하면 보통 인식개선, 희망, 도전 등을 공연의 주제로 선정하는데 그러지 않고, 정치나 성, 슬픈 이야기등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하고 싶었어요." 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 부분은 저희가 오디오 영화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 작성에 참고하여 고민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부분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시민미디어지원사업 멘토 중 한 분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되, 표현방법에 있어서 조금 더 많은 고민을 해 보면 좋겠다.'고 피드백을 주신 적이 있는데, 이 말이 다시 한 번 더 마음에 새겨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배리어프리 관련 콘텐츠들을 많이 보고 고민하면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 보겠습니다! 화이팅!
'너의 손이 빛나고 있어' 다큐멘터리 볼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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